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들의 가격 담합 등으로 인해 병원의 재정 손실이 커지고 있어 병원 내에서 멸균분쇄기를 이용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병원들은 그동안 학교보건법의 영향으로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에는 의료폐기물 처리를 위한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할 수 없었다.
따라서 위탁 업체에 맡겨 폐기물을 처리해 왔는데, 위탁처리 단가의 산정 기준이 없다 보니 1kg 당 200원에서부터 2,500원에 이르기까지 병원과 업체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을 책정해 왔다.
대학병원의 경우 연간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이 억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학교보건법의 규제로 인해 병원 내에 분쇄시설을 설치하지 못했었다.
또 병원에서는 각종 폐기물이 나오면 한 곳에 모아 놨다가 업체가 수거해 갔기 때문에 폐기물의 정확한 무게를 알 수 없었고 일부 업체는 이를 악용해 자체계량을 통해 비용을 과다청구 하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총무팀장은 "해마다 처리비용이 2억원 가까이 드는데 전국에 처리시설이 갖춰진 곳이 15곳 밖에 없어 업체 횡포도 심했고 법이 개정된다면 시설을 갖추기 위한 첫 해에만 시설비용이 들 뿐 관리 인력만 두면 되니까 병원 입장에선 좋다"고 말했다.
그는 "큰 그림으로 본다면 각 병원에서 폐기물 처리 비용만 줄여도 의료비용 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분쇄시설 설치가 허용돼도 한꺼번에 모든 병원에 시설을 설치하기 어렵고 인력충원과 설치할 장소 등을 갖추는 데 시간도 걸리고 절반은 병원에서, 나머지 절반은 업체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 업종 자체가 고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재 의료폐기물 처리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학교보건법 개정 이 외에도 의료물 폐기법안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가 몸이 불편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채울 경우 의료폐기물이지만 일반 가정에서 아기가 사용한 기저귀는 일반 쓰레기"라며 "만약에라도 병원에서 쓴 기저귀를 집에 가져가서 버리면 의료인지 일반인지 알 수도 없다"고 피력했다.
현재 의료폐기물 배출사업장은 2008년 기준으로 보건 의료기관, 동물병원 등 전국 5만5,786개소이며 전체 의료폐기물의 54%를 종합병원(265개소)에서 배출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국회 환경정책연구회 대표인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 주관으로 열린 학교보건법 개정 공청회에서 의료폐기물 업체는 해당 법안이 통과돼 병원 내에서 자가처리 하게 된다면 업체 환경이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 처리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단가기준을 산정하고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환경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