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이드] 의료폐기물 업계 vs 병원 '밥그릇 싸움'… 의원들이 10년째 대리戰
---이 기사는 www.chosun.com 2013.4.17(수)에 게제된 기사임을 밝혀 드립니다---
[1000억대 의료폐기물 처리 시장, 누가 차지하나 立法 전쟁]
16대 국회부터 與野 뒤엉켜 서로 법안 내고 힘 겨루기
일부선 "로비 의혹"… 정반대 법안 양쪽 다 서명한 의원도
대학병원처럼 학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병원 내에서 감염 우려가 있는 의료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될까 안 될까. 현행 학교보건법 6조는 '학교로부터 200m 거리 안에 있는 병원은 의료 폐기물을 자체 처리할 수 없고 외부 폐기물 처리 업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에는 정반대의 법안 2건이 제출됐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은 지난달 26일 '학교로부터 200m 떨어지지 않더라도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의료 폐기물 처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작년 11월 '제한 거리를 200m에서 300m로 더 넓히자'며 규제를 더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병원과 폐기물 업계의 10년 전쟁
국회 관계자는 "1000억원 규모 의료 폐기물 시장을 놓고 폐기물 처리 업계와 병원 업계가 10년 넘게 치열하게 벌여온 '밥그릇 싸움'의 대리전(代理戰)이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현행 법이 만들어진 취지는 '폐기물 배출자와 처리자를 분리하고 학교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처리해야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하자는 쪽에선 "기술적으로 병원 내 멸균분쇄기를 통해 처리해도 충분한데, 폐기물 업계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라며 "자체 처리를 하면 비용도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고 있다. 양쪽 모두 나름의 논리는 있는 것이다.
▲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감염성 폐기물의 병원 자체 처리'를 가능하게 하자는 법안은 16대 국회인 2002년부터 제출되기 시작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이재오 의원, 김무성 전 의원 등과 함께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2004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자체 처리를 가능하게도 했었다. 17대 국회 때는 무기한 허용하자는 법안이 나왔다. 2005년 정봉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로, 최재성·신계륜·이인영 민주당 의원 등이 동참했다. 하지만 치열한 논란 끝에 '무기한 허용' 법안은 폐기됐다. 이 법안은 2009년 18대 국회에 다시 등장했다. 대표 발의는 이경재 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공동 발의는 서상기·유기준·이주영 의원 등이었다. 이때도 논란 끝에 폐기됐지만, 이번에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같은 의원이 찬성·반대 동시 서명하기도
개정안마다 정치권의 '거물급'들이 등장한 것을 놓고 폐기물 업계 측에선 "학교 안전과 환경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계속 제출된 개정안을 보면 대형 병원과 의료 업계에 유리한 내용 아니냐"며 "병원 측이 국회뿐 아니라 다른 정부 기관에도 '손을 쓴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18·19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병원 내 멸균·분쇄 시설 설치를 허용해 달라는 건데 이 시설을 만드는 업체는 1곳밖에 없다"며 "특정 업체를 위한 입법 아니냐"고도 했다.
반대로 병원 측 관계자는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은 걸 보면 저쪽(폐기물 업체)의 힘이 훨씬 세다는 걸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폐기물 처리 업계와 일부 환경단체가 변호사를 고용해 국회에 상주시키며 의원들을 1대1로 압박하고, 공청회를 실력으로 방해했다는 의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싸움을 벌이면서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이번에 제출된 2개 법안은 정반대 취지다. 그런데도 민주당 박홍근·유은혜·유성엽 의원은 두 법안에 모두 서명했다. 17대 국회 때 개정안에 애초 반대했던 한 의원은 갑자기 찬성 쪽 입장으로 돌기도 했다. 국회 직원들은 "어떤 의원들은 내용도 잘 모르고 힘 있는 의원이 서명하라고 하니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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