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처리보다 줄이기 나설 때다
폐기물량 급증 ‘처리ㆍ운반’ 골머리…재활용 방안 모색해야
기사인기도
날짜별 기사 주요기사 의견쓰기 기자의 다른 기사 더 보기
2015년 02월 10일(화) 06:08:05 장영식 기자(sasilbodo@daum.net)
해마다 의료폐기물 관련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유해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의료폐기물을 병원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 말이다.
의료폐기물이란 보건ㆍ의료기관, 동물병원, 시험ㆍ검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울려가 있는 폐기물과 보건ㆍ환경 보호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폐기물을 말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은 격리의료폐기물, 위해의료폐기물(조직물류폐기물, 병리계폐기물, 손상성폐기물, 생물ㆍ화학폐기물, 혈액오염폐기물), 일반의료폐기물로 나뉜다.
무엇보다 의료폐기물 양이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런데도 당국은 단속 위주로 관리하고 있어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해마다 버려지는 의료폐기물 양은?
의료폐기물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은 지난 2000년 2만 2,350톤이었으나, 2012년 14만 7,658톤으로 6.6배 늘었다. 12년 동안 매년 평균 두 자리 수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의료폐기물 발생량(2000년~2012년)
특히 지난 2007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50% 가까이 급증하기도 했다.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전체 사업장폐기물의 0.1%를 차지하고 있다. 종류별로는 일반의료폐기물이 약 80%로 가장 많이 발생하고, 병리계폐기물, 혈액오염폐기물, 조직물류폐기물 등의 순으로 발생량이 많다.
처리 현황은 자가처리가 6%인 반면, 위탁처리가 94%에 이를 정도로 대부분 위탁처리를 하고 있다.
위탁처리 시 처리방법은 태반을 제외한 전량(99.9%)이 소각처리 되고 있다.
의료폐기물의 지역별 발생량은 2011년 기준, 서울 30.3%, 경기 20.2%, 인천 4.1%로 수도권 지역 발생량이 전체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부산시가 7.1%로 비중이 높다.
▽의료폐기물 처리도 문제ㆍ운반도 문제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시설의 처리 여유용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현재 전국 소각시설의 총 처리용량은 15만 7,000톤이나, 같은 해 의료폐기물은 14만 7,658톤으로 한계 처리용량에 육박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은 7만 9,000톤이 발생하고 있으나 전용 소각시설 처리용량은 3개소 4만 9,000톤에 불과하다. 수도권 의료폐기물의 약 38%가 타 지역에서 소각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폐기물은 원거리를 이동할 경우 감염성 폐기물이 유출될 우려가 크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의료폐기물의 처리를 업자에게 위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가경쟁 등으로 원거리 업체에 위탁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장거리 이동에 따른 폐기물 유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건양대병원 안상윤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은 자치주에서 발생된 의료폐기물은 반드시 자치주에서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지역에서 발생된 의료폐기물은 해당 지역에서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권역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도 세계보건기구의 의료폐기물 처리에 대한 권고대로 병원 건축에서부터 의료폐기물 처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라며,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보건환경교육 프로그램을 교육하기 위한 대책도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의료폐기물 애매모호한 규정 문제
현재 생물학적으로 유해한 의료폐기물이 의료포장재와 섞여 부피가 증가되고, 이로 인해 감염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포장재가 의료폐기물과 섞이는 주요 이유로 환경부의 모호한 관련 지침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의 지침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 폐기물은 ▲혈액 등과 접촉되지 않은 수액병ㆍ앰플병ㆍ바이알병 등 석고 붕대 ▲가정에서 발생하는 주사바늘, 거즈, 솜 ▲치아 치료 후 환자의 치아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척수나 의료기기 등을 세척한 세척수 ▲피부 관리 후 단순히 얼굴에 올려놓는 물이 묻어 있는 거즈나 솜 ▲신생아실에서배출되는 아기 기저귀 중에서 의료행위 없이 배출되는 기저귀 ▲적정하게 세탁한 후 폐기한 환자복 ▲포도당, 영양제 등이 담겨져 있던 바이알병, 앰플병, 수액팩, 링겔병 등이다.
폐수액 및 생물화학폐기물 중에서도 혈액 등 의료폐기물과 혼합되거나 접촉되지 않은 링거병, 수액팩, 바이알병 등은 의료폐기물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혈액 등 의료폐기물과 혼합 또는 접촉돼 의료폐기물에 의해 오염된 경우에는 일반의료폐기물로 분류해야 한다.
백신, 항암제, 폐화학치료제를 담았던 용기로서 그 내용물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경우에는 생물ㆍ화학폐기물로 분류해야 한다.
환경부의 지침 중 신생아 실에서 배출되는 아기 기저귀는 의료행위 구분이 어려워 모두 의료폐기물로 버려진다.
또, 백신, 항암제 등을 담았던 용기 중 그 내용물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경우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는 지침도 병원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내용물을 완전히 제거한 경우에는 일반폐기물로 처리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완전히 제거’라는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병원들은 일반폐기물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무조건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폐기물 부피 줄이기 눈 돌려야
현재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하면서 처리 및 운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리 당국인 환경부는 발생단계부터 소각 처분될 때까지 전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규제 중심의 대책보다는 의료폐기물이 증가하는 원인을 찾아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 포장재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수술실, 중환자실, 혈관촬영실, 병동 등이다.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서 일반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의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전용 용기에 의료폐기물을 버리려는 행위는 강화됐으나,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나 병원에서 쓰여지는 일반 사무용품과 음료수 병, 캔 등도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버려지고 있다.
의료폐기물의 약 80%를 차지하는 일반 의료폐기물 중 포장재를 분리해 철저히 재활용하면 약 40% 이상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병원 분리수거 모습(상), 국내 모 대학병원 일괄수거 모습(하)
실제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병원은 지난 2007년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해 의료포장재의 95%를 재활용하고 있다.
또, 메이요클리닉은 재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해 연간 900만에서 1000만 파운드에 이르는 일반쓰레기와 일반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있다.
의료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면 의료폐기물로 인한 전염병의 확산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을 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다. 또, 의료 빈민국에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료계는 의료폐기물이 아닌 경우를 관리 지침에 자세하게 수록해 줄 것과 적극적인 포장재 분리 수거로 의료폐기물 증가를 막은 병원에 상을 주는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가 의료폐기물의 정확한 관리를 위해 철저한 포장재 분리수거를 권장하는 공문을 분기별로 보내는 등 재활용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