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의 감염성 폐기물 관리실태 및 문제점
1. 감염성폐기물의 정의 및 종류
감염성 폐기물은 의료기관이나 실험․조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감염의 우려가 있는 물질을 말하는 것으로, 국내 폐기물 관리법에서는 지정폐기물(유해폐기물)의 한 종류로 특별관리하고 있다. 환자의 몸에서 나온 것이나 환자의 몸과 접촉하고 나온 것들이 대개 감염성폐기물로 분류가 되는데, 크게 조직물류(인체 또는 동물적출물, 절단된 물체, 동물사체, 실험동물의 사체와 인체, 동물의 피․고름․분비물 등), 탈지면류(인체 또는 동물의 피․고름․배설물․분비물 또는 소독약이 묻은 탈지면․붕대․거즈․일회용기저귀․생리대), 폐합성수지류(일회용주사기․수액세트․혈액백 또는 혈액투석시 사용되는 폐기물), 병리계 폐기물(배양용기․폐시험관․슬라이드․커버글라스․혈액병․폐장갑․폐배지 또는 폐혈액), 손상성 폐기물(주사바늘․수술용칼날․한방침 또는 치과용침), 혼합감염성폐기물(그 외 환자의 몸과 접촉한 폐기물)로 나누어 진다. 참고로 일선 의료기관의 간호사분들 중에는 아직도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감염성폐기물을 적출물이라는 용어로 두리뭉술하게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계신데, 2000년 8월 이후에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감염성 폐기물의 관리가 보건복지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적출물이라는 용어대신에 감염성폐기물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었고 분류도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세분화되었으므로 숙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감염성폐기물의 간단한 관리요령
감염성폐기물은 부패하기 쉽고, 인체에 유해한 병원균을 가지고 있으며, 주요 발생원인 의료기관에는 많은 환자와 환자가족들, 의료진들이 북적대는 공간이기 때문에 일반 폐기물 뿐만 아니라 다른 지정폐기물에 비해서도 관리기준이 대단히 까다롭기 때문에 관련규정을 숙지하여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병․의원에서의 감염성폐기물 관리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감염성폐기물은 반드시 전용용기에 배출해야 한다. 전용용기는 상자형용기와 봉투형 용기(오렌지색으로 된 비닐봉투)로 나누어지며, 상자형용기는 각각 종이, 합성수지, 금속재질로 된 용기로 나누어진다. 전용용기는 반드시 검사기관에서 검사한 용기만을 사용하여야 한다. 어떤 병원에서는 주사바늘 이나 수액박스에 파란색 혹은 검은색 일반비닐봉투를 넣은 통에 감염성폐기물을 배출하고, 그것을 다시 보관장소의 전용용기로 옮기기도 하는데 그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자칫 비닐봉투에 주사바늘 등의 손상성 폐기물을 담아서 운반할 경우 운반하는 사람이 주사바늘에 찔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전용용기에 밀폐포장하여 운반하지 않을 경우 운반자의 손을 통하여 병원 이곳저곳에 병원균을 전염시킬 가능성도 있다.
중환자실, 주사실, 수술실 등 감염성 폐기물이 발생하는 장소에는 반드시 전용용기를 비치하여야 하며, 감염성폐기물이 발생하는 즉시 전용용기에 배출하여야 한다. 일부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서는 입원실이나 주사실에 페트병이나 조그마한 종이박스를 두고 탈지면이나 주사기를 모으기도 하는데 이것은 지도점검시 단속에 걸리는 사항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한 환자 몸에서 나오는 기저귀나 생리대 등을 환자보호자들이 그냥 일반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례가 있으므로 층마다 기저귀나 생리대를 모으는 대형 전용용기를 설치하고, 환자보호자들에게 꼭 이곳으로 배출하도록 철저하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 지도점검기관에서 점검을 나올 때 일반쓰레기통에 탈지면 한 두개 정도 들어있는 것은 간단한 주의조처 정도로 넘어갈 수 있지만 명백하게 전용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적발되거나 일반쓰레기통에서 감염성폐기물이 다량발견될 경우 최고 천만원까지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으므로 평소 감염성폐기물 배출에 신경을 써야 하며, 환자 및 환자보호자들 대한 교육도 사전에 철저하게 해야만 한다.
둘째, 감염성폐기물 전용용기의 보관에도 신경을 써야만 한다. 전용용기가 다 차면 밀폐포장한 후 전용용기 겉면의 취급시 주의사항 표를 기재한 다음 보관창고나 보관장소에 가져가서 보관하여야만 한다. 보관창고나 보관장소에는 온도계와 보관중인 폐기물의 종류, 양, 보관기간 등을 기재한 표지판을 설치하여야 하며, 소독도구를 비치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소독을 실시하여야 한다. 지도점검시 소독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소독일지를 요구하므로 보관장소에 반드시 소독일지를 비치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소독을 실시하였다는 것을 증명하여야만 한다. 일선 병․의원들이 가장 많이 위반하는 사항이 바로 보관장소에 온도계를 설치하지 않고, 소독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므로 이런 부분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규모가 아주 작거나 새로 생긴 병․의원의 경우에는 보관창고나 보관장소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러한 사소한 규정을 하나만 위반하더라도 최소 3백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되므로 주의해야만 한다.
3. 전국 병․의원 감염성폐기물 관리실태
쓰시협이 올해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전국 329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감염성폐기물 관리실태를 모니터링 결과 모니터링 대상 병원의 64%인 209개 병․의원에서 1개 이상의 감염성폐기물 보관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개 이상의 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곳도 17%인 57곳에 달했다. 보관기준 위반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감염성 폐기물을 지정된 전용용기에 배출하지 않고, 일반폐기물과 함께 버리다 적발된 곳이 76곳으로 가장 많았는데, 주로 주사실이나 입원실에서 발생하는 탈지면류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적발되었다. 이 밖에 감염성폐기물 전용용기 밀폐포장 보관 위반(65곳), 용기 및 보관장소 표지판 미기재(60곳), 보관장소 표지판 미설치(58곳), 액상고상 혼합처리(54곳), 조직물류 냉동보관 기준 위반(52곳), 보관창고 및 냉동실 온도계 미부착 및 소독도구 미비치(48곳) 등의 순으로 적발되었다. 329개 병․의원 모두 조직물류 폐기물 무단투기 등의 감염성 폐기물 보관상의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간호사들과 담당자들이 관리규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여 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병․의원이 많이 발견되어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4. 안전하고 건강한 병원을 만들기 위하여
감염성폐기물 관리는 병원내 감염관리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것은 환자나 환자보호자들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의 작업장 안전관리라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아직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의 내부감염 실태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결과가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혹자는 우리나라 내부감염 비율이 선진국의 10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의 감염관리의 인식수준과 관리수준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지방환경청 담당자와 함께 서울시 소재 한 병원의 감염성폐기물 관리실태에 대한 지도점검에 동행한 적이 있었다. 병원 뒤편에 쌓여있는 일반쓰레기 봉투를 뜯으니 중환자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환자기저귀와 수술실에서 사용한 모자, 탈지면 등이 쏟아져 나왔다. 병원분들은 환자보호자들이 그렇게 버리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고 호소해 왔다. 일리있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환자보호자들이나 의료진들이 무심코 버린 감염성폐기물들이 일반쓰레기와 섞여서 나가서 다른 쓰레기를 감염시키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도 감염시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병원의 책임이 아니라고 무조건 발뺌하기 바쁘다면 이는 결코 책임있는 의료기관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은 아픈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지, 건강한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병원, 지역사회에 책임있는 병원이 되기 위해서 의료인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홍수열/쓰시협 유해산업폐기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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