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초파리 은행 폐쇄위기
'감염성 폐기물' 시비에 걸려(조선일보 2004-05-26 05:41:20 )
[조선일보 심재율 기자]인간질병 치료제 개발의 기본이 되는 세계최고 수준의 형질전환 초파리 은행이 폐기물 처리 비용문제에 부딪혀 폐쇄위기로 몰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제넥셀㈜은 세계 최초로 2002년 10만여종이나 되는 거대한 형질전환 초파리 은행을 완성했다. 이들 초파리들은 인간의 치매·암·파킨슨병 등의 질병치료제 개발에 이용된다.
문제는 초파리 은행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감염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행정기관과의 입장차이에서 나왔다. 제넥셀은 2003년 1월 대전시 유성구청으로부터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 신고필증을 받아 한 달에 2t 가량 나오는 초파리 사체와 배양용기를 일반 폐기물로 소각처리해 왔다. 그러나 올 3월 초 유성구청은 초파리 폐기물이 감염성 폐기물이라며 제넥셀을 감염성 폐기물 처리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제넥셀은 지금도 초파리 은행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연간 5000만원이 드는데, 이를 ‘감염성 폐기물’로 처리하면 1억5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돼 형질전환 초파리 은행을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영진은 형질전환 초파리를 절반 이상 감축하거나, 형질전환 초파리 은행 전체를 미국의 버클리대·스탠퍼드대 등이 구성한 ‘초파리 게놈프로젝트 컨소시엄’에 넘겨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재섭 제넥셀 대표는 “미국에서도 죽인 뒤 쓰레기통에 버리는 초파리를 감염성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전문가들이 초파리 폐기물이 인체에 유해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성구청은 제넥셀이 제약회사에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감염성 폐기물을 배출하는 의학·약학 관련 기관으로 분류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전=심재율기자 jysim@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