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질병관리본부, 무지인가 묵인인가? [조회수:1005] 질병관리본부, 무지인가 묵인인가[2] ◇알코올 뿌려 일반쓰레기로 버려 현재 식약청을 포함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발생한 감염성폐기물은 일괄적으로 독성연구원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처리비용은 질병관리본부(보건연구원 비용 포함)와 독성연구원(식약청 비용 포함)이 부담하고 있다. 혈액이나 각종 시약 등 일반적으로 감염성폐기물로 지정된 병리계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절반씩 부담하고 동물사체 처리 비용에 대해서는 독성연구원에서만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감염성폐기물 중에서도 액상폐기물 처리에 있어서는 기관마다 다른 대답을 하고 있는 데다 답변이 모호해 의혹을 사고 있다. 감염성폐기물을 담당하는 독성연구원 L씨에 따르면 “감염성폐기물에 대해 전량 위탁처리하고 있다”면서 액상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기관별 자체 폐수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떠듬거리며 적법 처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참고로 연구동 네 개 기관에서 발생한 지정폐기물에 대해서는 식약청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식약청 담당자 K씨를 통해 “(감염성폐기물이 관할은 아니지만) 액상폐기물 역시 위탁으로 일괄처리하고 있으며 자체 폐수처리시설을 갖고 있는 기관은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감염성폐기물 담당자와 정 반대의 대답을 한 셈이다. 그는 “20L 액상 감염성폐기물 처리 전용 용기가 실험실별로 비치돼 있어 45일 주기로 수거되고 있다”고 전한 데 이어 “폐수로 인한 냄새는 물론 지하수에 미칠 영향으로 지하 정화조조차 만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처리시설을 만들 리 만무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관 내 대다수의 연구원들은 연구 후 폐기되는 액상폐기물을 아무렇지 않게 싱크대에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본부 기관 윗선에서는 멸균에 멸균을 거쳐 안전하게 병원균을 폐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실험실에서 어떤 병원균을 어떻게 폐기하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한 관계자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수 년 간 이곳에서 일하면서 액상폐기물을 단 한 번도 전용 통에 비워본 적이 없으며 그러한 전용용기나 일명 ‘말통’이라는 용어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입사 당시에도 선배들로부터 ‘싱크대에 그냥 비워도 지하에서 자동으로 처리된다’는 말을 들어왔다”고 전해 애초에 액상폐기물 위탁처리를 하지 않았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감염성폐기물을 관리하는 독성연구원 L씨 역시 “각 기관 내에 폐수처리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감염성폐기물을 일괄 관리하는 기관조차 폐수처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기관 특성상 액상폐기물에 고위험병원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본부에서 다뤄지는 혈액이나 세균이 정상이 아닌 각종 질병에 양성반응을 보인 샘플을 대상으로 한다는 데서 2차적인 감염의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L씨는 “적법처리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는 건 없으며 다른 예산을 끌어와서라도 제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부정했지만 실제 연구실에서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조차 확인해 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L씨는 “감염성폐기물 처리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위탁업체를 1년에 한 번씩 입찰공고를 통해 그때마다 (최저가) 단가를 맞춰 계약을 맺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운반업체는 J상사, 처리업체는 C실업(주)으로 1주일에 한 번씩 kg당 비용이 책정되는 만큼 그 양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감염성폐기물 처리비용은 처리업체와 배출기관간 합의로 결정되는 만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다른 폐기물에 비해 2배가량 비싼 건 사실이라고 환경부 관계자는 전했다. 국가기관에서의 구체적인 처리비용이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참고로 소규모 병원의 경우 1000원(1kg당)의 비용을 들여 처리하고 있으며 운반업체에 20%, 처리업체에 약 80%가 분배되고 있다. 대형 병원일수록 배출물량이 많은 만큼 단가가 낮은 게 사실이다. 대략 800병상에 하루 감염성 폐기물을 4톤 이상 배출하는 강남성모병원의 경우 600원(kg), 1500병상의 삼성, 아산병원이 10톤가량 배출로 450원(kg)을 지불하고 있어 일반폐기 명목으로 사용하는 종량제 봉투와의 가격차이가 적잖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행정담당 관계자는 “감염성폐기물을 처리하는 게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고 딱 잘라 말해 감염성폐기물의 배출기관과 관리기관의 분리로 인한 책임공방까지 떠넘기기식으로 넘겨질 우려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산업폐기물과 염정섭 사무관은 “감염성 폐기물을 위탁처리하고 자체처리시설이 없는 경우 오렌지색 봉투와 상자가 분리돼서도 안 되며 봉투만 거치대에 걸쳐 사용하는 것 또한 엄연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액상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감염성폐기물 마크가 부착돼 있고 검사기관이 적혀 있는 전용 용기에 보관해야만 적법하다고 전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만 감염성폐기물의 일반폐기 지시, 액상 감염성폐기물 무단방류 및 처리대책 전무, 연구원(전 직원)들의 안전의식이나 관련 교육 부재 등 국가 연구기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을 비롯해 각 기관 감염성폐기물 담당자들조차 이 같은 사실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질병관리본부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기관이라고 사설 연구소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 연구기관의 한 선임연구원은 “한 번 큰 일이 터져야 뭔가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그간 연구원들이 쉬쉬해 준 덕에 조용히 유지될 수 있던 것”이라고 전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관리·감독기관에서의 책임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mail: kjs@haengrim.co.kr     글쓴이: 행림  날짜: 2006-08-30